이웃간 갈등 부르는 '층간소음'..주민들 직접 나섰다

이새누리 2015. 9. 9. 09:3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아파트에서의 층간소음, 살인까지 불러올 정도로 이웃들 간에 갈등을 일으키잖아요? 사람 간의 문제이긴 하지만 건물 시공이 애초부터 잘못된 경우가 많습니다. 꼼꼼한 경제에서 개선 방향을 짚어봤습니다.

이새누리 기자입니다.

[기자]

의자 끄는 소리, 망치 두드리는 소리, 문 닫는 소리.

우리가 쉽게 접하는 생활 소음들입니다.

자정을 넘긴 시각 인천의 한 연립주택에서 고성이 오갑니다.

[지금까지 못 자게 쿵쿵거리고. 내가 뭘 쿵쿵거려. 자다가 일어났는데.]

아랫집에 사는 이모 씨는 결국 이사를 결심했습니다.

[이모 씨/층간소음 피해자 : 층간소음 관련한 강력 사건이 많이 생기잖아요. 소음에 장기간 노출되다 보니 (저도)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시끄러운 이웃도 이웃이지만 1차적인 문제는 잘못 시공된 건물 자체에 있습니다.

[이모 씨/층간소음 피해자 : 소음이 너무 심하게 나서 손바닥으로 벽을 두 번 쳤어요. 두 번을 치는 순간 퍽 소리가 나면서 벽지와 합판이 같이 터지더라고요.]

바닥재도 문제입니다.

강화마루에선 아령만 굴려도 큰소리가 나서 공기 중으로 소리가 전파됩니다.

하지만 시공사를 대상으로 한 층간소음 소송에서 주민이 이긴 사례는 없다시피 합니다.

[복진승 팀장/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 위원회에선 배상 결정을 했지만, 실제 소송에 가서 법원이 피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규제 설정)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실제 바닥재별로 얼마나 소음 차이가 있는지 실험해 봤습니다.

강화마루와 합판마루, 기능성 바닥재를 각각 망치로 두드려 1분 평균 소음을 측정한 결과 각각 84, 81, 74 데시벨로, 강화마루가 소음에 가장 취약했습니다.

하지만 규제는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습니다.

벽이나 바닥을 통해 직접 전달되는 직접충격음의 기준은 주간의 경우 40~43데시벨로, 야간은 35~38데시벨로 오히려 느슨해졌습니다.

더구나 이웃을 상대로 한 분쟁은 피해자가 직접 피해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배상을 받기까지 큰 비용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주건일 팀장/YMCA 이웃분쟁조정센터 : 80% 이상이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현실에 비춰볼 때 외국에 비해 주민 분쟁을 해결하는 센터나 이웃분쟁조정센터 같은 제도가 미비합니다.]

엉성한 배상 제도 때문에 아예 아파트 주민들이 직접 나선 곳도 있습니다.

관리사무소가 직접 층간소음 민원을 접수받아 동 대표들이 세 번의 중재를 시도한 뒤 그래도 안 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습니다.

[고경진/입주자대표 회장 : 아직까지 조정이 안 된 사례는 없는데 그 전에 해결을 해야 되겠죠.]

주민들도 적극적입니다.

[김인겸/아파트 2층 거주자 : 층간소음 때문에 매트와 보조용 매트도 깔았고, 볼 때마다 (아래층이) 불편한 게 없는지 (물어보고), 애들한테도 인사를 시켜서 소통하니까요.]

100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에선 110가구가 텃밭을 분양받아 직접 키우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얼굴 볼 기회도 늘어나게 됐는데요. 층간소음 해결, 작은 인식의 변화가 시작이 아닐까요.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